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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에 (歲暮) / 이영수
짧은 인생 길게 살 뜻으로
숨가쁘게 걸었네
무심코 토해낸 뾰족한 단어들은
머리위 허공에 둥둥떠서
어떤 이의 뇌리를 간지럽히고
우하하하 배아프게 함께 웃던
산등성 탁주잔들은
뙤약볕 아래 뒹굴어 춤을 추고
만나고
동행하고
떠나고
기다리던
이런저런 기억들
오래된 시집에 꽂아둔 채
이제 마지막 남은 일은
세모에 기우는 해를
가급적 높은 언덕에서 바라볼 일
잘 보이는 벽 가운데에
새 달력을 반듯하게 달고
달력알들 하나하나
아가의 볼마냥 부벼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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